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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옛 추억이 있는 세상







            내탓,

                       네              탓





            ‘아이들과 비를 맞으며’에서 발췌                                                     故 양계석 원장님



            부모 잃은 고아들의 특징 중에는 장래에 대한 불안이 너무 커서 아예 미리 포기하고 용기를 내지 못하며, 작은 일
            에도 참지 못하는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과 오래 생활을 하다 보니 나도 어느새 그런 모습들이 되는 것 같다.
            작은 잘못을 들취어 전체(全體)를 뒤집어, 야단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고쳐 보려고 애쓰나 잘 안 된다.
            반성하면서도 금방 잊고 또 되풀이 한다.
            아이들이 다투는 사연을 들어보면 대부분 ‘네탓’ 때문에 싸운다.

            양쪽 모두 잘못이 있어도 자기 잘못을 접어두고 모두가 네 탓이라고 한다. 아이들 뿐인가?
            어른들도 ‘내 탓이오, 미안합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극히 적다.
            사람들의 대인관계(對人關係)에서 일어나는 가지가지 충돌은 모두, 내가 옳고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일 것이다.
            즉 자기가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고 자기중심적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속이 좁거나 어리석은 생각이 원인이다.
            상대방 탓하기 전에 자기 생각을 반성해 보는 지혜, 자신의 잘못과 상대의 잘못을 냉철히 가려내는 지혜가 있어야,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일이 잘못되면 흔희 탓하고 나무랐다. 그러나 계명원 일은 사전에 모두 내가 결정한 일이었다.

            설사 재량권을 주었어도 믿고 맡겼기 때문에 책임은 나에게 있는 것이다.
            내 결정에 후회를 하거나 그로 인한 잘 잘못을 모두
            내 탓이라 수용해야 할 것이다.


                        1961년 6월 4일 故양계석 원장님의
                             마음을 담은 일기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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