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계명원 41호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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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추억이 있는 세상                                        5





          나는                               어스름한 기억으로 다섯, 여섯 살 때 쯤 어떤 사연인지 뚜렷한 기억은 없

                                           지만 나는 인천 동구 송림동 67번지 계명원, 양계석 원장님의 딸이 되었
          행복한 사람                           습니다. 그 후 똑같이 단발머리를 한 언니들과 똑같이 까까머리를 한 오

                                           빠, 동생들과 보모선생님들, 많은 식구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자랐습니
          입니다.                             다. 때로는 질투도 하고, 싸우고, 그러다가 화해도 하고...야단도 맞고...
                                           양계장과 텃밭의 각종 채소들을 키워서 100명이 넘는 가족들이 먹기 위
                                           해 오빠들은 긴 뜰 것으로 거름을 나르고, 언니들은 줄로 늘어앉아서 풀
                                           을 뽑고, 아직 초등학생인 우리들은 뽑은 풀을 들어다가 닭들에게 주는
                                           놀이겸 일을 했습니다. 그때는 왜 그리 놀고 싶은지 모이라는 종소리가
                                           나면 여기저기 숨느라 바빴지요. 그러다가 언니들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야단을 맡고, 억울한 마음에 엉엉 큰 소리로 선생님이 나오실 때 까지 울
                                           고 있었지요. 늘 우리 편을 들어주시고 두둔해 주시던 선생님 덕분에 마

                                           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언제 그랬는가 싶을 만큼 친구들과 깔깔깔깔, 호
                                           호호호, 운동장에 나가 신나게 고무줄도하고 그네도 타고, 시소놀이도
                                           했지요. 어린 시절의 모습들이 오늘따라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1971년 퇴소 이○○
                                           원장님께서 예배시간 늘 건강하고 바르고 정직하게 자라나길 기도해 주
                                           셨습니다.
                                           인자하시던 사모님은 그 많은 아이들을 위해 먹이고, 씻기고, 잘라 입히
                                           고... 얼마나 힘들고 고달팠을까... 난 늘 부족함만 느꼈지만, 그 때는 정

                                           말 몰랐습니다.
                                           물질도 귀하고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이었음을 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나는 복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점원을 하다가 성
                                           실한 남편을 만나 결혼도 하고 두자녀의 엄마가 되었으니 친부모의 얼
                                           굴도 모르고 자란 나는 되돌아보면 그래도 복 많고 행복한 여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세상에 덩그러니 혼자인 나에게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주시고, 매일 조회시간에 하시던 원장님의 훈화는 내가 세상을 살아가
                                           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양분이 되었으며 더 강하게, 더 진실하게 살
                                           수 있는 돌다리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아름다운 전원에서 좋은 환경과 시설로 세상에 상처받고 아픈
                                           아이들을 위해 우뚝 서 있는 나의 친정이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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